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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슴 울새
ㅡ어바린 시편

-정현종

붉은 가슴 울새는
가슴 털 색깔이 붉어
오호라 심장이 말하자면
바깥에 나와 있는 셈인데요
(새들의 심장은 실로
깃에 깃들여 있거니와)

봄에 그 붉은 가슴은
아침마다 창가에 와서 울어
아침의 저 신선 투명을
제 목소리 속에 굴려,
굴리고 굴려,
그 빛 속에,
그 맑음,
그 방울 속에,
또는 사랑 덩어리와도 같이
우주는 한없이
생생하여
모든 가슴 두근두근 팽창하고 있었는데요

이 여름 그 새는 보이지 않아도
그 노랫소리는 여전히
귀에 울리고 있습니다
울리고 울려
내 사랑 자지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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