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사실 지금 내가 이렇게 딴 생각하는 글을 쓰면 안되는데;;

여기저기서 몽트뢰 여행 후기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나한테 원고료 주는 것도 아니믄서… 그래서 돈을 받고 마감일까지 글을 줘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가지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거기에 마땅히 쓸거리가 생각 안난다면 그 스트레스는 극심하겠지.. 그래서 나는 소설가나 칼럼쓰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사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원하고 지속가능한 아카이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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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안의 시작은 어떤 것을 기억하고자 하는 병적인 증세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내 머리속의 기억은 언제나 지워지거나 왜곡되기 때문에 문서화 되어 어딘가에 남아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적어도 2중의 백업이 보장된 상태여야 하고… (물론 백업이 불가능한 오지리널리티가 있는 것들, 가령 프린스 공연 티켓이라던지, 편지라던지… 하는 것들은 예외가 되겠지만 대게의 디지털 자료들은 2중의 백업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매체의 저장방식은 영원하지가 않기 때문에 한번 저장해놓은 것을 그대로 천년 만년 두기가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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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들도 그렇다.

프리첼, 마이스페이스, 싸이월드…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망했고, 블로그, 페이스북,트위터, 텀블러, 인스타그램 등도 결국에는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나는 그런 소셜네트워크나 제3자의 홈페이지에 나의 글이나 그림, 음악 등을 올리는 것에 매우 회의적이다. 싸이월드든 네이버 블로그든 이글루스든 열심히 매일같이 글과 그림을 올리다가 어느 순간 버려진 채로 방치된 사이트이 난무한다.

운영자가 방치한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마치 흉가를 방문하는 것처럼.. 나는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치한 사이트 운영자들을 증오한다.

사랑했으면 책임져..!

그래서 내게 있어 무엇보다 제일 중요(불안)한 것은 희봉닷컴의 백업 문제다. 11년전에 제작하였을때의 홈페이지 제작/유지기술을 이미 상실하였기 때문에 이제 이곳이 망가지거나 하면 나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영구엔진을 장착하고 영속히 달릴 것으로 믿는 설국열차의 윌포드처럼 나는 이 홈페이지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DNA 염기서열로 읽을 수 없는 나의 모든 것이 이 곳에 자국처럼 남아있다. 이터널선샤인의 주인공처럼 라쿠나주식회사에 의뢰해서 내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린다면 나는 이곳의 글을 읽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복원해야할 것이다.

이곳은 나의 게놈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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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무엇이든 모은다. 아니, 버리지 않는다.

분실하지 않은 이상, 내가 썼던 핸드폰, 아이팟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6년 넘게 썼던 내 몰스킨 수첩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아이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메모들을 아이패드나 노트북에 하면서 몰스킨 수첩을 사용하는 비중이 줄긴 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디지털을 믿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수첩에 글로 남기려 한다.

글은 지워지지 않으니…

거기에 추억이 될만한 모든 것을 모두 수집한다. 몽트뢰 가기전에 구입했던 리포터용 몰스킨 수첩에는 비행기 티켓, 숙박정보, 기차표, 심지어는 공항에서 짐을 맡길때 주었던 수화물 확인 스티커라던지, 비행기 좌석에 스티커로 붙일 수 있는 "방해하지 마시오", "식사 중 깨워주세요" 딱지까지 모두 붙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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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화산폭발같은 것이 일어나서 서울이 순식간에 잿더미에 뭍혀버리고, 수천년이 흐른 다음에 후손들이 이곳을 발굴한다면.. 그리고 나의 수첩이나 아카이빙을 본다면 현재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상당히 왜곡된 정보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으리…

내가 이상하다고 비웃었겠지.. 하지만 나는 영원히 남을 것이다.

뭐야 이거.. 결말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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