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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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있다, 내가 몽트뢰로 향하던 그 날도 비가 조금 내렸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내가 몽트뢰에 있던 기간 내내 서울에서는 극심한 장마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몽트뢰의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아무것도 그닥 변하지 않은 이 곳에서 그 당시의 여행을 추억하는데, 나 역시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였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다행히(불행히?) 나의 여행 일정을 들은 회사 동료들은 여행이 어땠느냐고 물어보는데 역시나 나는 평소의 나처럼 다른 사람들과 다른 여행 일정을 가진 것에 대한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다.

"제가, 그러니까… 융프라우에는 안갔고 그냥 콘서트만 본거라구요…"

사람들에게 무언가 두 문장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은 매우 피곤하다. 그냥 이제부터는 알프스 산정상에서 융프라우의 표범이랑 만년설에 팥빙수 만들어먹었다고 해야겠어.

2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보면, 나는 드디어 몽트뢰 역에 도착했다. 분명히 역 이름에 "Montreux"라고 쓰여 있었다. 스위스와 몽트뢰재즈페스티발이 나와 프린스의 상봉을 막기위해서 조직적으로 공작을 펼친 것이 아니라면 이 곳은 분명 몽트뢰!

나는 무작정 역에서 나와 길거리로 나왔다, 마치 쇼생크 탈출에서 길고 긴 파이프관을 기어나온 주인공처럼… 몽트뢰의 거리로 나오자, 길 건너 맞은 편에서는 레스토랑 야외테이블에 길거리 뮤지션이 엠프에 전자 기타를 꽂아놓고 블루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렇지! 이런 것이 재즈의 거리!"

라고 감탄할 줄 알았나? 난 좀처럼 감동하지 않는다구.. 그 녀석의 기타 실력도 별로였고;;

3

나는 무슨 생각에선지 그냥 마구 걸어서 길도 건넜다. 길을 건너 계단이 하나 있었는데 그 계단을 내려가면 마치 나를 위해서 준비된 셔틀버스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계단에는 프린스의 신곡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또 다시 이 도시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는데,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해야하나, 그 이후 몽트뢰 도시에서 프린스 공연이나 신곡 홍보 찌라시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

그곳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포스터를 사진을 찍고 나서 내려가는 사람에게 내려가면 버스 정류장 같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는 말을 듣고 일단 다시 역 앞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구글맵으로 목적지까지 교통편을 찍었고, 나온 정답은 내렸던 플랫폼에서 그냥 다른 기차를 타면 되는 것이었다.

역시나 아무도 검사하지 않을 티켓을 4일권으로 끊어서 구입해놓고 구글맵이 알려주는 열차를 탔다. 숙소까지는 불과 한정거장이었으므로 바보가 아닌 이상 잘 못 내릴리는 없었다.

4

숙소에 처음 도착했을때, 출입문에서 레만 호수가 보였다. 아마도 내 눈으로 직접 근거리에서 본건 그때가 처음이었을거야… 그 호숫가 벤치에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역광에 그들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보였을때, 이 곳의 모든 여유로움이 모두 내것이 된 것 마냥 흥분됐다.

카드 결제 완료
자, 이제 몽트뢰의 모든 여유와 흥분은 당신의 것입니다.

체크인을 마치고 속소에 들어가니 나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그리고 머저리 처럼 보이는) 청년 두명이 있었는데, 한명은 스위스, 다른 한명은 헝가리에서 온 애였다. 그 아이들에게 내가 얼마나 프린스 덕후인지를 꾸역꾸역 설명하고 그들을 모두 몰아낸 후에 나는 침대에 누웠다.

이게 몇시간 만에 누워보는 거지?

내 허리를 몇시간만에 펴보는걸까? 느낌상은 거의 만 2틀에 가까웠다.

역시 조금의 몸살기운이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침대에 그냥 누워있었다. (물론 생략했지만 나는 샤워를 제일 먼저했다. 하지만 내 샤워하는 모습을 묘사할 수 없으니… 야설이 될 것 같아서..)

5

10분쯤 눈을 붙였을까?

시각으로는 8시쯤 이었던 것 같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원수를 죽이기 위해 허리춤에 칼을 차고….

아니지, 여독에 몸살기운까지 겹친 상태였지만 몽트뢰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은 오늘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5일 체류 기간 중 3일은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공연장 안에 있을 거고, 마지막날은 오전에 취리히행 기차를 타야하니까…

그래서 난 긴팔 후드티를 걸쳐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희봉

2013.07.31 00:16:00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정거장 더 가서 내리는 바람에 30분을 걸었다. 난 바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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