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0. 공연 시작에 앞서…

3개월 뉴욕 체류의 마지막날,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프린스 공연… 당분간, 혹은 어쩌면 영영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욕심을 내기로 했다. 2번의 시도가 있었다. Craigslist.com이라는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벼룩시장 사이트에서 시도 했으나, 약속까지 잡아놓고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두번 바람 맞고… (이것 때문에 홧병나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12시간 내리 잤다!!) 공연 당일 메디슨스퀘어가든 앞에서 암표상들에게 접근해보기도 하고.. 이것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은 다 잡으면서 나는 왜 안잡아? 얼굴에 프린스 광빠돌이라고 써있잖아!! 오죽하면 내가 흑형 암표상 옆구리 푹푹 찔러서 표좀 있냐고 했더니 남진 공연보러 온 베트남 총각 취급을… 그래서 나 프린스 열라 좋아하니까 좋은 자리 표좀 있냐고 했더니, 200불 짜리 좌석을 500불 달라고… 이런 날강도 같은 놈들! 그래서 나는 됐다고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그냥 메디슨스퀘어가든으로 입장해버렸다.

하지만 이 모든 실패는 결국 내 뉴욕 3개월 체류 기간중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1. 오프닝 무대 시작

첫번째 오프닝 무대는 미네소타 출신의 RnB밴드 민트콘디션, 명성은 익히 들어왔으나 사실 이제까지 별로 땡기지 않아서 안들었었다. 하지만 객석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특히 흑누나들의 반응 압권. 사실 미국에서 공연보면서 이럴때가 제일 소외감느껴진다. 모두들 다 아는 노래를 나만 모른다던지.. 이럴줄 알았으면 좀 몇곡 공부해갈걸 이런 생각도 들었으나, 어차피 오프닝 무대인데 뭐 이런 수고까지 해야하나 싶어서 관뒀다. 사실은, 다른 이유로 민트콘디션의 공연은 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만약 민트콘디션이 뉴욕에서 단독공연을 했었다면 나는 당연히 50불 정도는 기꺼히 지불하고 구경하러 갔을테지만.. 오늘은 프린스 공연이니까;;

두번째 오프닝 무대는 2010년 가장 HOT한 ARITST인 “자넬모네”, 아틀란타 출신 흑인 여성 아티스트로 마치 한명짜리 female 아웃캐스트 같은 음악을 들려준다. 올해 Tightrope라는 곡으로 팬들과 평단을 점령한 당찬 여성.. (내년 Grammy나 AMA를 휩쓸것으로 예상됨..) 그녀의 음악에는 Earth Wind & Fire의 원초적인 토속 아프리카 리듬, 제임스브라운의 댄스와 무대매너, 에디헤이즐의 Guitar, 그리고 80년대 프린스가, 그리고 2000년대 앙드레3000이 펼쳤던 차갑고 간결한 드럼비트가 어울어진다. 90년대 불었던 Neo Soul 열풍이 사실 진한 복고풍의 냄새가 강했던 반면 그녀의 음악은 대단히 미래적이다. 그리고 퍼포먼스를 보면서 하나의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 그녀가 앨범을 하나의 컨셉으로 구성하려고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내가 영어를 잘했다면 느껴지기보단 이해가 됐겠지만;;;) 어쨌든 자넬모네 공연은 매우 흡족했다.
*사족1. 자넬모네 밴드 멤버 중에서 기타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삐쩍 말라가지고 키는 좀 크고, 긴 생머리 찰랑거리면서 기타 칠 때 마구 허우적댄다. 마치 Outkast의 Hey Ya! 뮤직비디오의 앙드레3000의 실루엣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사실 그래서 난 앙드레3000이 변장하고 숨어든줄 알았다. 이 녀석 기타 매우 하드하게 치는데 내가 볼 때 Eddie Hazel과 Prince의 영향을 직통으로 받은 듯 하다..

2. 메인 공연 시작!

사실 앞선 뉴저지 2번의 공연보다 3번째 뉴욕 공연의 관객들이 훨씬 더 난리부르스였는데 오늘은 그 광란의 난이도가 한층 더 세진 것 같았다. 연말이라 다들 좀 High한건지.. 아니면 나 몰래 센트랄파크에 단체로 모여서 약이라도 빨고 온건지 몰라도.. 2번의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 9시 15분쯤 되자 조명이 꺼지자 메디슨스퀘어가든은 어둠속으로 빠지고, 2만 관객들은 괴성을 지르기 시작;; 이제까지 앞선 3번의 공연에서 음악이 시작하면서 프린스가 무대 밑에서 쭈욱~ 등장했던 것과 반대로 이번엔 프린스가 그냥 계단을 통해서 덤덤하게 등장 (물론 완전히 어두워진 상태에서..) 어둠속에서 작고 마른 실루엣이 움직이자 사람들은 더 미친듯이 열광했다.

첫곡은 Beautiful Ones로 시작.. 그간 약 열흘의 휴식기간이 있어서인지 프린스의 목소리가 더욱 윤기있게 들렸다. 역시 그도 사람인지라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군.. 괴성도 한층 더 찢어지고… “검은백조” Misty Copeland의 발레와 프린스의 절규… Do U Want Him?! Do U Want Me!! 여성관객들 이미 떡실신… 아직 2시간 남았는데.. 처음부터 이러면 어쩌자는거지

그리고 이어서 바로 쉬지 않고 Let’s Go Crazy로 시작하는 80년대 메들리… 3번째 공연의 구성과 비슷해 보였다. Delirious, Cream, 1999, Uptown 그리고 레즈베리베렛까지.. 오늘 뉴욕관객들은 어떻게 프린스 공연을 즐겨야 하는지 완벽히 숙지하고 있는 듯 했다. 저번 공연처럼 레즈베리베렛 도입구에서 어리버리 해메지 않고 정확히, 그리고 다같이 떼창을 시작했다. 지난 3번의 공연에서 프린스는 2~3곡쯤 부르고 무대 아래로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1~2분의 함성을 받은후 다시 등장하였다. 아니면 코러스를 담당하는 세언니에게 노래 한곡을 주면서 쉰다던지 하면서 옷도 갈아입고 했었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단 1초의 머뭇거림과 무대 퇴장없이 바로바로 다음 노래로 직행했다. (메디슨스퀘어가든에는 11시 시간제한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공연을 진행할 수가 없는데,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서두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지난 뉴욕공연에서 하지 않았던 Little Red Corvette를 시작했다. 빠알간 조명 아래서 그와 수십년을 같이 해오던 똥색 텔레케스터의 현을 하나 잡고 길게 울린다. 박수 두번.. 그리고 떼창.. SLOW DOWN! SLOW DOWN!! U GOT 2 SLOW DOWN…!! 새로 편곡한 Little Red Corvette은 내 all time favorite에 등재! (사실 my all time favorite에는 프린스 노래 죄다 등재..) 동영상 녹화도 성공~! 완벽하다능!

어떤 곡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프린스가 공연 도중 웃통을 까는 사태 발생.. 털이 무성한 가슴과 식스팩으로 무장된 복근이 등장… 여자들 떡실신 x 10000…. 52살 먹은 남자가 어떡게 저렇게 섹시함을 유지할수 있는가!… 저스틴팀벌레이크!! 내일까지 200자 원고지 300자 분량으로 반성문써오고 sexy back 노래는 앞으로 프린스한테 허락 받고 불러라..

프란시스님의 말에 따르면, 락앤롤은 본래 젊음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프린스는 아직 대중들에게 팔아먹을 젊음이 풍성해보였다. 그가 축 처진 피부에 작은키 그리고 턱선이 사라진 뚱뚱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그건 끔찍했다. 지난 뉴저지 공연때 내 옆에 앉은 흑인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나 마지막으로 프린스 공연본게 퍼플레인때였어.. 그때는 지금 이것보다 훨씬 더 재밌었지!” 말이라고 해요? 할망구? 그때 프린스는 지금 나이의 딱 절반이었잖아요.. 눈빛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제압하던 서슬 퍼런 프린스… 나도 물론 그때의 프린스를 직접 보고싶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내가 지난 2006년때 보았던 프린스보다 지금의 프린스가 훨씬 더 탱탱하다는거다. 그때 나는 이제 앞으로 프린스는 쇠락의 길만 남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자기애가 강하신 분이다보니 자기 관리에 신경많이 썼다보다. 최근 폐인생활하느라고 살이 쭉 빠진 내가 비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나도 밥 잘먹고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식욕증진 + 운동증진 권장 켐페인용 웃통 노출은 공연 내내 쭈욱 이어졌음..

공연은 중반을 넘어서고, 이번 프린스 뉴욕 공연의 또 하나의 빅 서프라이즈! Question Of U! 내 귓가에 이어폰으로 삼십오만구천사십아홉번쯤 흘러나온 익숙한 기타 솔로가 메디슨스퀘어가든을 가득 메웠을 때 나는 그 기타 리프가 끝날때까지 그냥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1분간의 멍때림 끝에 (사실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1분을 그냥 잃어버린 느낌..)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Question Of U의 반주 속에 이어지는 프린스의 블루스….!! 블루스!! 블루스!! 금색 기타!! 그리고 프린스의 몸짓!! 프린스의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 의미있는 손짓처럼 Smooth하게 움직이고 여자들은 괴성을 지르고… 녹화를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5옥타브 돌고래 주파수로 미친 여자처럼 괴성을 질러댔겠지만… (누가 감히 날 이기겟어?!)

그리고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퍼플레인 시작! 2만 관객들은 공연 내내 서있다가 앞서 시작한 Question of u 블루스 할 때 잠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다시 기립… 퍼플레인 떼창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깔끔하게 마치고 프린스 무대 퇴장.. 메인 공연 끝…

사람들의 우뢰와 같은 함성 소리가 이어지고, 빨간색 빤짝이 옷으로 갈아입은 프린스 등장, 찌기찌기징~~ KISS!.. 모두들 다시 미쳐 날뛰고 프린스가 노래가 끝날 무렵 다시한번 드럼비트에 맞춰서 재롱잔치 시작.. 흡사 마이클잭슨이 연상되는 춤사위.. 그가 오늘 보여주지 않은건 뭘까.. 기타, 보컬, 댄스까지… 노래가 끝나자 또 하나의 써프라이즈 선곡!

“She’s Always in my hair”

프린스가 또 다시 한번 기타 솔로를 잔뜩 하려고 준비하는 것같았다. 무대 진행요원이 프린스에게 똥색 텔레를 건네주고, 이펙터 꾸러미를 잔뜩 올려주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기타 솔로할 타이밍이 오자, 난데 없이 긴 생머리의 삐쩍 마른 놈이 기타 솔로를 후리기 시작했다. 어라? 자넬모네 밴드의 기타리스트… 자고로 레니크라비츠 조차.. 자기 노래할때도 프린스랑 JAM할때는 기타 솔로를 함부로 치지 못하거늘.. 어디서 호적에 잉크도 안마른 녀석이 프린스 기타 솔로를 치고 있담? 간이 배밖으로 나왔나? 내가 생각하는 제일 유력한 가설은 이거다.. 프린스한테 진짜 기타 솔로 치기전에 자기 그냥 잠깐 기타 솔로 쳐봐도 되냐고 조름.. 프린스가 그 정성이 갸륵해서 그러라고 함.. 근데 막상 기타 솔로하니까 본인 스스로 감동먹어서 뽕맞은 애처럼 그냥 냅다 갈김.. 프린스가 어이없지만 그냥 봐줌.. 아마도 그 녀석한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았을가 싶다.

그리고 곧바로 If I Was Your Girlfriend로 이어지고… 자넬모네 재등장! 멋지게 마무리하고.. 프린스 혼자 피아노로 이동…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피아노 메들리 시작.. 일단 피아노 선율 이어지고.. condition of the heart의 멜로디가 조금 흘러나왔다.. 그리고 do me baby로 이어지면서 노래 시작.. 언니들 모두들 떼창 시작… I wanna be your lover도 불러주시고… 뉴욕 언니들 계속 떼창… 나도 합류~ 그리고 마지막으로 잔잔한 분위기 속에 Sometimes It Snow in April 시작.. 모두들 숙연해지고.. 저 위 조명아래로 보라색 꽃잎 색종이가 떨어지고.. 마치 공연장이 하나의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스틸컷으로 찍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을 거다.. 역시 프린스는 피아노 하나만 잡아도 예술이라능.. ㅇ_ㅇb

그렇게 앵콜공연이 끝나고 10시 50분이 조금 넘은 시각.. 프린스가 무대밑으로 사라지고, 사람들 미친듯이 열광했다. 특이한점은 오늘 관객들은 조직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이다. 나 모르는 어딘가에 프린스 콘서트 행동강령이라도 있는건가? 가령 박수를 맞춰서 치면서 구령을 외친다던지 “We Want Prince!” 이렇게.. 더욱이 놀랐던 것은 갑자기 여기저기서 불빛이 반짝이더니 2만 관객들이 모두 핸드폰을 꺼내서 좌우로 흔들면서 어두운 공연장을 별빛은하수처럼 반짝이게 했다는 것이다. 내가 감동할 지경이니 프린스는 오죽했을까..

결국 프린스가 다시 올라와 The Time의 Bird를 부르면서 심볼모양의 스테이지에 VIP손님들도 춤추고, 춤추러 올라온 신디로퍼가 괴성을 질러대며 흥을 돋구었다. 신디로퍼 언니 When You Were Mine한번 해주시지.. 아쉽다능..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11시 제한시각을 가까스로 맞추고 공연이 끝났다.

당분간은 내게 없을 프린스 공연은 이렇게 끝났다. 4번의 공연을 보면 뭔가 약간 귀에 인이 박힐 정도로 판에 박힐 거라 생각했지만 4번의 공연은 각자 너무나도 소중하고 다른 경험이었다. 어느 공연을 최고로 꼽으라고 해도 나는 망설일것이다. 모든 것이 흥분되었던 첫번째 공연, I Love U But I Trust U Anymore 하나만으로도 나에게 생애 최고의 감동을 주었던 두번째 공연, 미친듯한 기타솔로와 장장 6분간의 퍼플레인 떼창을 선보였던 첫 뉴욕공연… 조직적으로 열광하는 관객앞에서 오랜 휴식으로 재충전한 정력을 맘껏 발휘한 마지막 뉴욕 공연까지… 그리고 그의 공연에서 만날 수 있었던 수많은 전설적인 아티스트들.. 메이시오 파커, 래리그래험, 쉴라E 그리고 자넬모네, 카산드라윌슨, 민트콘디션, 등 실력파 아티스트들까지… 15년 die hard 프린스 팬으로써 종합선물셋트를 선물받은 것과 같았다.

Thanx Prince for the Ultimate Prince Experience

추가. 그리고 공연장 안팍에서 만난 사람들… 때론 우연한 계기로 혹은 완벽한 기적처럼 다시 만난 인연들…

추가2. 이 모든 것이 한때일것이다. Sometimes it snows in april의 마지막 가사처럼.. 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and love… it isn’t love.. till it’s 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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